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정신분석의 선구자인 프로이트가 내세운 정상의 기준도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진 것이었다. 이것은 곧 그만큼 어떤 사람도 과거의 상처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수 없을 의미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아는 것'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 주인공 요조 "뭐든 상관없으니까 웃게만 만들면 된다. .... 어쨌든 인간들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돼. 나는 무(無)야. 바람이야. 텅 비었어."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사람' - 배은미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닫혀 있던 가슴을 열고 감춰 온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꼭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로웠던 기억을 말하면 내가 곁에 있을게 하는 사람
이별을 말하면 이슬 고인 눈으로 보아 주는 사람
희망을 말하면 꿈에 젖어 행복해하는 사람
험한 세상에 굽이마다 지쳐 가는 삶이지만
때로 차 한 잔의 여유 속에 서로움을 나누어 마실 수 있는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굳이 인여의 줄을 당겨 묶지 않아도
관계의 틀을 짜 넣지 않아도
찻잔이 식어 갈 무렵 따스한 인생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오늘은 문득 헤이즐넛 커피향이 나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파레토의 20:80 법칙에 따르면 20퍼센트의 사람이 80퍼센트의 일을 한다. 그런데 직장인들의 약 70퍼센트가 자신이 남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많은 사람이 자신이 손해 보고 산다는 피해 의식에 젖어 있음을 보여 준다.
'나는 과거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지금 이럴 수밖에 없어. 그리니까 너는 나를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어야 해.'
이런 심리를 '피해자 증후군'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직접 해야만 하는 사람들. 그들은 매우 외롭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타인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푹 빠질 수 있는 그물 위를 걷는 것과 같다. 언제 빠질지 몰라 항상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로 사는 것이다.
만일 당신 또한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항상 피곤하고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면 한번 생각해 보라. 당신은 스스로를 믿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과연 당신을 믿고 있는지 말이다. 분명한 것은 당신이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한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미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뢰란 서로 주고받는 것이므로.
정말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의 변화에는 여러 가지 심리 현상이 들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거절당하는 것에의 두려움이다.
'혹시라도 내가 싫어져서 그중에 그가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버림받는 비참하고 두려운 상황을 손쉽게 예방하는 방법은 그가 나를 차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그를 차는 것이다.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버리게 될 것이라는 자학적인 확신으로까지 이어진다.
예쁘고 돈 많은 여자도, 능력이 뛰어나고 돈이 많은 남자도, 누군가에게는 거절당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당신과 다른 점은 그들은 거절당했다고 해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인연이 아니거나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언젠가 사랑은 또다시 올테니까.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들은 다시 열심히 사랑한다. 사람 마음이 변할 수도 있음을 알지만 그것이 두려워 움츠러 들지는 않는다.
사랑을 나누는 방식에는 우리의 성생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키스는 과거에 했던 키스들의 종합형이고, 침실에서 하는 행위는 과거 거쳤던 침식실의 흔적이 넘쳐 난다. 앨리스와 에릭이 사랑을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의 성생활 역사가 만났다. 에릭은 크리스티나가 했던 방식으로 지금 앨리스의 귀를 핥고 있었고, 앨리스는 입술 주위에서 혀를 섬세하게 놀리는 방법을 로버트에게 배웠으며, 레베카는 에릭에게 혀로 상대의 이를 애무하다가 입 속 깊이 들어가 드러나지 않는 곳을 핥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한스는 코에 키스하는 데 귀재였지만, 앨리스가 시험 삼아 해 보았더니 에릭의 취향에는 맞지 않는 듯했다. .... 그들의 몸짓에는 지나와야 했던 과거의 증거가 담겨 있었다.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중에서
'상대방의 과거를 알고 괴로워하는 사람들'
단호히 말하건대, 세상에는 모드는 게 더 좋은 일이 있는 법이다. 모르는 게 더 좋은일, 즉 과거의 연애담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마라. 왜냐하면 그 사람이 사랑하는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나이며,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 역시 과거의 그가 아니라 현재의 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이 단지 뇌의 화학 작용일 뿐이라 할지라도, 그것 때문에 사랑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뇌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도 아무나 보고 나오는 게 아니니까.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꼭 한 사람, 그 상대를 봐야만 나온다. 즉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는 것이지,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사랑이 조금이라도 식는 것을 못 견디는, 성급한 이 시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랑의 특성이 있다. 애석하게 사랑은 변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서 출발해 사랑을 '하는' 단계를 지나 사랑에 '머무르는' 단계에 도달하는 하나의 여행과도 같다. 그러므로 열정이 식었다고 해서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럴 때 '넌 변했어. 이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라고 섣불리 규정짓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지천명의 나이가 되고 보니 조금은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랑에 빠지기는 쉬워도 사랑에 머무르기는 정말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랑에 머무리는 단계'는 현실 속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며 따뜻함과 부드러움 속에 사는 것이다. 또한 행복하고 편안한 가운데 서로의 존재를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에 머문다는 것은 남자와 여자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사랑의 형태로, 라쉬 교수는 이를 '차가운 세상에 있는 천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랑에 머물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기꺼이 나를 여어 보일 수 있어야 하고,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외로움을 견딜 수 있어야만 한다.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부모의 대치물이었던 것이다.
이제 그들은 부모처럼 자신을 온전히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연인을 꿈꾼다. "날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당당히 말하면서...
그러나 연인은 부모가 아니다. 그저 나와 같은 것을 바라는, 나와 비슷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므로 연인에게 부모의 역할을 강요하지 마라. 그리고 "사랑한다면서 이것도 못해 줘?"라고 묻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자. 과연 나는 그에게 필요한 것을 해 주고 있는가를. 사랑이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니라, 서로의 욕구를 조율해 나가는 것이므로.
가까이 서 있지만 다른 뿌리를 가진 두 그루의 나무는 자리다툼을 하다가 어느 날 서로 가지를 꼬아 마침내 하나가 되는 길을 택하게 되는데, 이들은 서로의 뿌리와 성질 ,즉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주면서도 혼자였을 때보다 더 강하고 아름답게 자라난다. 이처럼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지'라고 하는데,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두 사람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장애를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사랑은 많은 것을 이긴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사랑은 더 확장되고,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가 든 다음에는 타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의 다리 하나에 자신의 무게를 싣고 살아간다. 이것이 우리네 삶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 여러 관계 맺음 중에서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고 삶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관계가 바로 사랑이다. 그 중 남녀 간의 진정한 사랑은 이 지구 상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행복과 천국을 제공해준다.
사랑은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나 연역한 인간들이 발전시킨 가장 고귀한 감정이다.
그런데 사랑은 경우에 따라서 지상의 천국 대신 지옥을 보여 주기도 한다. 굳이 지옥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사랑은 사람들에게 기대와 환희와 행복을 약속하는 만큼, 실망과 상처와 불행을 안겨 줄 가능성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사랑처럼 간절한 감정도 없을뿐더러 사랑하는 연인처럼 서로 가까운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절실할 수록 실망도 크게 마련이며, 가까울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가늘성 또한 높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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